열정대학 2015-11-16

[편집위원 원지은 gewon100@naver.com]


괴짜들이 있다. 사람들에게 꿈을 찾아주는 '세상에 없는' 대학을 만들어낸 사람, 효율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상한 학과를 만들어내는 사람,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대학 안에서 원하는 것을 하나 하나 이뤄나가고자 하는 사람, 독특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집단이라니, 현실과는 동떨어진 모습에 가히 '괴짜'라 불릴 만하다. 그리고 이러한 괴짜들이 다니는 대학이 있다. 비록 이들의 대학에 전문 교수는 없지만 그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모든 일들을 과목으로 만들고 그 안에서 스스로 공부하고 경험하며, 자신의 꿈을 발견한다. 영화 <억셉티드(Accepted)>(2006)는 이렇게 자신이 원하는 대학을 만들어낸 청춘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수험생에서 대학생이 되면 가장 먼저 자유를 느끼게 될 줄 알았지만 자유가 아닌 또 다른 고민에 휩싸였다. 자신이 선택한 전공인데도 잘 맞지 않는 듯한 느낌, 내가 꿈꾸던 대학은 이게 아니었다는 생각등. 어떤 일을 좋아하는지, 무슨 일을 잘하는 지, 나중에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갈 지까지. 대학생들이 안고 있는 것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다. 문득 대학 안이 아니라 밖이라면, 그 답을 찾을 수 있을까 궁금해졌다.

 여기, 기존 대학의 교육제도에서 벗어나 학생들 중심으로 이뤄진 학교 형태의 기업이 있다. 20대를 위한 소셜벤처 학교 <열정대학>이다. '열정대학'의 학생들은 자신이 버킷리스트를 직접 과목으로 만들어 배우고 꿈꾼다. 순수하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실현하는 학생들에게 불안감보다는 즐거움이 보였다. 영화 <억셉티드>에서 영감을 받아 방향성의 기로에 놓여있는 학생들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열정대학>의 유덕수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건대교지: <열정대학>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열정대학: 20대를 위한 진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소셜 벤처기업입니다. 하고 싶은 일들은 모두 과목이 되는 콘셉을 가진 학교예요.


건대교지: <열정대학>의 교육 방침이 독특하던데요. 학생들이 과목으로 만들고 싶은 모든 학문은 과목으로 인정된다고 들었어요. 이런 열린 교육을 추구하시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열정대학: '또라이'라는 말을 참 좋아해요. 흔히 또라이라 하면 사람들 사이에서는 조금 이상하거나 일반적이지 않은 사람을 칭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람이 태어나면서 갖고있는 명제 중 하나가 바로 우리 모두는 '다르다'는 것이죠. 자신의 관점에서 다른 사람은 모두 이상해 보일 수 있습니다. 모두 다르니까요. <열정대학>은 일종의 '또라이 보건 프로젝트'입니다. 모두 서로 다른 학생을 존중하죠.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의 교육 구조는 개인과 사회가 있다면 사회 쪽으로 훨씬 치중되어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회가 잘 운영되고 유지되기 위해 사회에 필요한 사람들을 붕어빵 찍어내듯이 찍어내는 거죠. 그러다보니 교육에 대한 관점 자체도 '너희들에게는 이게 필요하니까 이걸 공부해라'고 하는 겁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사람이 사회의 유지를 위해서만 존재하는게 아니잖아요. 이런 차원에서 볼 때 개인의 독창성과 고유성을 살리려면 뒤집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기존에 만들어져 있는 걸 제공받는 게 아니고 정말 '내가 하고 싶은'게 뭐냐는 질문이 생깁니다.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걸 과목으로 인정해주는 것, 이런 컨셉으로 <열정대학>이 나타나게 된 것입니다. 개인의 고유성과 자신의 삶을 가질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교육에 대한 사회의 추구를 개인으로 옮겨왔다고 생각하면 돼요.


건대교지: 그렇다면 <열정대학>은 모든 개인의 바람을 수용할 수 있나요?

열정대학: 하지만 개인의 고유성을 찾기 위한 과목은 너무 많습니다. 모든 걸 저희가 만들어서 제공해주기는 한계가 있어요. 저희가 제공해줄 수 있는 건 공통적으로 필요한 특정 인프라, 공간을 잘 만들어갈 수 있는 방법들과 문화입니다. 학생들이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되, 실제로 과목을 직접 만들어 운영하는 건 학생들이 하는 게 맞는 거죠.

 생각해보면 이렇게 과목을 만들고 동시에 주어지는 것이 교육의 또 다른 측면인 것 같아요. 자신의 삶을 산다는건 '나는 누구인지'에 대해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살아가는 힘을 기르는 것도 중요하거든요. 살아가는 힘에 대한 핵심은 자기 주도적 태도예요. 결국 이러한 태도를 기르려면 스스로 만들어서 주어지는 것만 받는 게 아니라 스스로 창조하고 그것들을 쌓아서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건대교지: 이같은 학교를 생각해내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나요?

열정대학: 사실 저는 나이 서른이 될 때까지 제 스스로 자신의 삶을 사는 데 관심이 없었어요. 제 20대는 CEO에 미쳤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일들을 했는데, 한 번도 저에 대해서 제대로 관심을 가진 적은 없었죠. 그런데 나이 서른에 어떤 교육 프로그램을 갔다 오고 나서 처음으로 제가 저를 만났습니다. 그 순간 들었던 생각은, '왜 이 사회는 내가 나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는 걸까. 왜 다른 사람과의 비교밖에 할 수 없는 걸까'라는 고민이었어요. 그때 저는 자기 계발 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죠. 모두에게 통하는 자기 계발이 아니라, 개개인의 계발을 도울 수 있는 전문가 말이에요. 우리 사회의 자기 계발에 '자기'는 없고 '계발'만 있다고 생각했어요. 우선 자신을 알려주면 계빨을 다 다르게 할 수 있을 텐데 자신을 모르니까 다 똑같은 계발만 하고 있는 거잖아요. 진짜 자신을 찾는 법을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을 가졌고 이게 <열정대학>의 모티프가 된 것입니다.


건대교지: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은 모두 정규과목으로 개설해주신다고 들었는데요, 이러한 시스템에 있어 어려운 점은 없으셨나요?

열정대학: 어려움 많았죠. 가장 어려운 점을 꼽자면, 오늘의 사회적 분위기와 구조상에서 20대들이 상당히 무기력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잖아요. '어차피 해도 안 되는 데 시도해야 할 이유가 있나'라고 생각하곤 시도조차 하지 않는 거죠. 대한민국의 교육에서는 개인의 아동 시절부터 스무 살까지, 굉장히 수동적으로 이루어지는 측면이 많아요. 이런 상황에서 성인이됨과 동시에 능동성을 요구한다는 것은 굉장히 힙듭니다. 쉽게 말하면, 학생들이 만드는 데 그걸 책임감 있게 유지해나가는 게 쉽지 않아요.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행동하되 책임감을 가질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제도를 마련하는 중입니다.


건대교지: 대학생들이 자신을 알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열정대학: 대학에서의 교육이란 무엇인지 의문이 들어요. 오늘날 대학은 자본의 논리에 귀속되는 것 같아서요. 실제로 우리나라의 대학들은 정부의 지원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정부의 지원이 끊기면 대학을 운영하기가 어려워져요. 그러다보니 날이 갈수록 정부의 기준인 취업률에 맞추고자 학과통폐합과 같은 일이 일어나는 것 같아요. 그래야만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요. 사실 이런 식으로 원인을 규명하다보면 궁극적으로는 사회시스템 자체가 자본으로 돌아가는 게 문제인 거예요. 대학 또한 이 자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문제죠. 대학이라는 공간의 본질,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공부하고 원하는 것을 찾도록 도와주는 지점은 사라지고, 결국 자본만 남게 된 것 같아 안타까워요.


건대교지: 마지막으로, 대표님의 교육관이 궁금해요.

열정대학: 우리는 모두 다 하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대부분이 없다고 생각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그건 없는 것이 아니라 찾지 못 한 것은 아닐까요.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첫 번째로는 다양한 경험을 해보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실제로 대한민국 직업은 고용노동부 산하에 등록된 것만 2만 여개에요. 하지만 개인이 알고 있는 직업은 한정돼있어요. 그리고 본인이 경험해본 분야는 훨씬 더 적을 거란 말이에요. 그 분야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으려고 하니 당연히 없을 수도 있단 말이죠. 전제는 다양한 경험을 해봐야한다는 겁니다.

 두 번째 이유는 어떤 일을 좋아할 수는 있어도 사랑에 빠지기는 어려워서 그래요. 하고 싶은 일은 어쩌면 모두에게 있죠. 그러나 재능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많은 친구들이 또 자기는 잘하는 일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분명히 그 일은 있어요. 진로 교육에서 얘기하는 재능은 기질적 특성이 개발된 상태를 말하는 거예요. 기질적 특성이라는 건 성격 같은 걸 얘기하는 겁니다. 다들 성격을 갖고 있듯이 사람들은 모두 자신만의 원석 같은 것을 갖고 있어요. 원석을 발견해서 깎아내면 되는 거니까 지금 재능이나 강점이 없다고 생각하더라도 그 근저에 보석, 그러니까 잠재력은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하지만 사람들은 재능을 말할 때 기질을 상대적으로 둬요. 내가 박태환보다 수영을 잘해야만 재능이라 생각하고, 전현무보다 말을 잘해야만 재능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재능이 없을 겁니다. 하지만 '재능'이라는 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것 중 가장 좋은 것을 말하는 거예요. 선천과 후천적. 그리고 재능과 훈련, 환경. 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내가 인생을 살아가는 가장 최선의 방법은, 내가 갖고 있는 카드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을 꺼내서 그걸 마음껏 쓰는 거예요. 그런데 결과가 안 좋게 나왔다. 그러면 어쩔 수 없는 거예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으니까요.

 우리가 흔히 착각하는 것 또 하나가 있습니다. 하고 있는 일의 결과가 안 좋게 나오면, 그 결과가 후회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런데 실은 우리는 결과가 좋지 않게 나오면 결과를 후회하지 않아요, 그 과정을 후회해요, 과정이 후회되지 않으면 결과가 어떻게 나와도 인정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좋은 카드를 꺼내 쓰는 것, 저는 그게 인생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면 최소한 후회는 없겠죠.



 결국 우리가 교육을 통해서 얻고자 하는 건 내 삶을 어떻게 하면 더 의미 있게 살아갈지에 대한 답이다. 우리는 그 답을 찾기 위한 고민을 대학 안에서 하고 있다. 어쩌면 대학 안에서 이런 고민을 하는 것이 우스운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숲을 알아야 나무가 보이듯이 대학 밖에서 교육에 대한 고민을 해보는 것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 아닐까. 어째서 내가 대학에 오게 됐는지, 대학에서 나는 어떤 가치를 배울 것이며 이래에는 어떤 삶을 살 것인지. 당신이 안고 있는 이런 수 천 가지 고민은 수 천 명의 사람이 함께 하고 있다. 그러니 대학 밖으로 시선을 돌려 삶을 돌아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안과 밖, 그 경계를 넘나들며 치열하게 고민한다면 후일 돌아볼 때 적어도 후회는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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