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은 2015-04-29


"'고기학과'에서는 뭘 배우는지 아시나요?"

[인터뷰] 유덕수 열정대학 총장 "하고 싶고, 좋아하는 것들이 학과가 된다"
"
대안학교가 아닌 공존학교…전 세대 걸친 진로교육 확산하고파"




유덕수 열정대학 대표. © News1 신성룡 기자

  "혹시 육식을 좋아하시나요? 그럼 '고기학과' 수업을 들어보세요. 가장 맛있는 부위가 어디인지, 얼마나 숙성시켜야 육질이 부드러워지는지, 종류별로 궁합이 잘맞는 음식은 무엇인지 모두 배울 수 있습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잘나가는 유학원의 대표였던 유덕수(35) 열정대학 총장은 이내 깊은 고민에 빠졌다. 또래에 비해 많은 돈을 만진 그였지만 머릿 속에는 모두가 같은 삶을 강요받고 있다는 생각으로 가득찼다. 열정대학은 4년간 학기를 이수하면 졸업장을 주는 '진짜 대학교'는 아니지만 대학강의 형식으로 다양한 진로체험을 제공하는 소셜벤처기업이다. 유 총장은 "인생은 우리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주어진 것인데 모두가 좋은 학교를 나와 대기업을 가야 하는 똑같은 삶을 강요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학교에서는 각자에게 주어진 씨앗을 세상이란 밭에 뿌리고 결실을 맺어야 하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 소재 한 4년제 사립대학 벤처중소기업학과를 다니며 어엿한 기업의 최고경영자를 꿈꿨지만 졸업 뒤 학교 근처에 유학원을 차려 제법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통장에 돈이 차곡차곡 쌓일수록 그의 마음 속에는 '물질지향적 행복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감도 함께 쌓였다. 결국 유 총장은 지난 2010년 초 돌풍을 일으켰던 '버킷리스트' 열풍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서울 용산구의 한 건물에 학교본부 사무실을 마련하고 '열정대학'을 만들었다.
  열정대학은 '하고 싶은 일'을 차례로 나열해 놓은 버킷리스트처럼 '하고 싶은 것'을 공부하는 대학을 만들겠다는 의도에서 출발했다. 한 학기는 10주간 진행되고 한 학기 등록금은 15만원에 불과하다. 3학기를 이수하면 '명예졸업장'이 수여된다. '하고 싶은 것을 배운다'라는 목표에 힘 입어 설립 이후 지금까지 열정대학을 거쳐간 학생들만 2500여명이 넘는다. 유 총장은 "열정대학은 기존의 대학교육과는 다른 제3의 영역"이라며 "새로운 시도와 실험이 끊임없이 나오다보면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고민끝에 탄생한 결과"라고 했다. 열정대학에서 학과와 전공을 만드는 것은 학생들의 고유권한이다. 관심있는 분야에 뜻이 맞는 이들이 있다면 즉시 학과가 개설된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죽음학과', '고기학과', '강철학과', '잘먹고잘살기학과' 등이다. '강신주교수 철학공부학과'를 줄여 '강철학과'로 부르듯이 학과명을 정하는 것도 학생들의 자유다. 각 학과마다 공통 커리큘럼에 전문가 인터뷰와 관련 도서 10권 필독, 수강생과 토론 등이 포함돼 있다.  유 총장은 고기학과를 예로 들며 "고기학과에서는 우리가 먹는 고기가 어떤 방식으로 식탁 위에 오르는지를 공부하고 어떻게 먹는 방법이 가장 좋은지 등을 공부한다"며 "목장을 직접 탐방하기도 하고 축산업계 전문가와의 심층 인터뷰도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유덕수 열정대학 대표. © News1 신성룡 기자

  열정대학은 일반적인 대학과는 분명 다르다. 취업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그 흔한 토익점수, 학점, 자격증 등 이른바 '스펙 3종' 쌓기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열정대학 내에서는 '고기학과', '마라톤학과', '자서전쓰기학과' 등이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열정대학은 '진학'이 아닌 '진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선 대학들이 경쟁력 강화와 취업률 증가를 명목으로 인문·예술학과 등 인기가 없고 취업률이 낮은 학과들을 잇따라 통폐합하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최근 몰아치는 대학가의 구조조정 바람에 대해 유 총장은 "거스를 수 없는 당연한 시대적 흐름"이라며 씁쓸해했다. 그는 "출산률이 낮아져 입학생은 줄어드는데 대학 입장에서는 비용 문제에 직면하다 보니 조직을 슬림하게 만들 수밖에 없지 않겠냐"며 "이를 위해서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한데 정부가 요구하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명료한 기준이 바로 '취업률'이다"고 말했다. 이어 "임기 동안 취업률 증가라는 업적을 남기고 싶은 정부, 재정지원을 받기 위해 정부 입맛에 맞는 정책을 따를 수밖에 없는 대학, 취업이 안 되는 학과는 기피하는 학생 등 여러 구성원이 한 울타리 안에서 서로 얽힌 총체적 사회구조적 문제라고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유 총장은 열정대학을 '대안학교'가 아닌 '공존학교'라고 표현했다. 제도권 교육을 부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그는 "'대안'이란 단어를 검색해보니 기존의 것을 부정하는 의미도 포함돼 있더라"며 "열정대학은 일반 대학교육을 절대 부정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조화롭게 공존해 학생들의 진로 계발과 개성 함양을 돕는 것이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열정대학의 최종 목표는 전 세대에 걸친 진로교육이다. 유 총장은 "지금 교육은 정형화된 인물을 만들어내고 자기가 원하는 것을 찾아보고 그 길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은 알려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유 총장은 "20대뿐만 아니라 전 세대에 걸쳐서 진로교육을 확장한 뒤 삶에 대한 방향과 가치들을 인식시켜야 한다"면서 "새로운 시도와 실험 끝에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 수 있지 않겠느냐"고 웃으며 말했다.

사진_신성룡 기자
글_주성호 기자



* 기사내용 정정합니다.
- 열정대학은 체험 중심의 다양한 형식으로 진로체험을 제공하는 소셜벤처기업입니다. 
- 열정대학은 2학기를 이수하면 '수료증' 이 주어집니다.
- 각 학과마다 공통 커리큘럼에 전문가 인터뷰, 독서노트 작성과 독서 토의, 프로젝트 활동 등이 포함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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