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팀 2014-10-27

내가 만난 행복학과 학생들

                                                                                 
(기사 링크 바로가기 ▶ http://goo.gl/Hnz6kk)

“고민이에요. 저는 약간 토실한 제 몸매가 좋거든요. 원하는 옷도 다 입을 수 있고요. 먹고 싶은 음식도 별 부담 없이 먹고요. 그런데 사람들이 ‘예쁘다’고 할 때는 약간 마른 몸매잖아요. 문제는 제가 초콜릿을 좋아해요. 초콜릿 먹을 때는 행복해요. 그걸 포기하고 살을 더 빼야 하나요? 아니면 지금 이대로 좋을까요? 제게 행복한 선택은 어떤 거죠?”(21·여·대학 2년생)

 “수업 시간에 종이에다 제 삶에서 중요한 걸 쓴 적이 있어요. 덜 중요한 걸 하나씩 제거해갔죠. 마지막에 남은 건 ‘행복’이라고 쓴 쪽지였어요. 그때 선생님이 제게 물었어요. ‘네게는 행복이 뭐냐?’고. 저는 답을 못했어요. 삶에서 행복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행복이 뭔지 모르겠더라고요.”(22·여·대학 4년생)

 e메일이 두 통 날아왔습니다.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입니다. 신문에서 봤다고, 만나고 싶다고 하더군요. 지난 일요일 아침, 강남역 근처 커피숍에서 만났습니다. 모두 7명. 대학생도 있고 직장인도 있더군요. 이들의 공통점은 ‘열정대학 행복학과’의 남녀 재학생이었습니다.

 “세상에 ‘행복학과’란 학과도 있구나” 싶었죠. 알고 보니 열정대학은 사회적 기업이더군요. 20대 청년들이 각자의 대학이나 직장을 따로 다니면서 여기서 공부를 하더군요.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글쎄 ‘행복학과’를 학생들이 스스로 만들었답니다. 열정대학에선 그게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원하는 학과를 직접 개설해 석 달간 발표도 하고 공부를 한답니다. 인터뷰가 필요하면 학생들이 직접 섭외해서 만남도 갖습니다.


 7명의 학생은 모두 ‘행복이 뭔가?’에 대한 물음을 안고 있더군요. 일상의 고민도 함께 내놓았습니다. 진로 문제와 다이어트가 20대의 큰 화두더군요. 그들이 묻고 저는 답했습니다. 또 제가 묻고 그들이 답했습니다. “초콜릿과 몸매. 그것도 행복을 찾아가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모든 고민과 문제가 실은 행복의 문을 여는 문고리라고 생각한다. 초콜릿을 먹을 때의 좋은 기분. 그게 행복일까, 아니면 일시적인 만족일까. 정말 행복이라면 먹고 나서도 후회가 없겠지. 그런 물음을 끝없이 던져야 한다. 그걸 통해 우리는 행복으로 가는 더 구체적인 길을 낸다.”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고, 때로는 다시 물음이 날아왔습니다. ‘커피 마시면서 한두 시간 정도’ 생각했던 만남이 다섯 시간 동안 계속됐습니다. 저도 흥미진진했습니다. 솔직히 속으로 감동했습니다. 요즘 20대는 가볍다고, 철이 없다고, 생각이 깊지 않다고들 하잖아요. 그렇지 않더군요. 저희 세대가 20대 때 던졌던 물음들. 그들도 똑같이 품고 있었습니다. 그 물음을 부화시키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말입니다. 그런 아름다운 방황, 젊은 날의 초상(肖像)이 그들에게 있었습니다.

 제 눈에는 학생들이 ‘자발적 수도자’로 비춰졌습니다. 삶이 뭔가, 행복이 뭔가, 어떻게 살아야 하나, 무엇이 정말 가치 있는 삶인가. 바닥에서 올라온 자신의 물음에 스스로 답을 하려는 ‘학생 수도자’ 같았습니다. 저는 거기서 희망을 봤습니다. 그들은 적어도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는 ‘행복의 공식’에 무작정 끌려가진 않았습니다. 거기에 물음표를 달고, 자신만의 공식을 만들려고 애를 쓰고 있었습니다. 내 마음이 고개를 끄덕이는 나의 행복 공식을 찾으려고 말입니다.

 학생들이 만든 행복학과. 참 대단하지 않나요. 바로 그 물음에 답하고자 예수는 광야로 갔고, 붓다는 보리수 아래로 갔으니까요. 각박한 일상을 핑계로 저희 기성 세대는 그런 물음을 이미 망각했는지도 모릅니다. 행복학과 학생들과 헤어지던 횡단보도 앞. ‘20대의 나’가 묻습니다. 너에게 행복은 뭔가.

백성호 문화스포츠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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